
-경기티비종합뉴스 조혜영 본부장-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정권을 내주며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전대미문의 정국 속에서도 보수는 끝내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고, 이제는 당 존립마저 흔들릴 정도의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다.
■ 정권 잃고 혼돈에 빠진 보수… 대선 패배, 외풍만 탓할 수 없다이번 대선은 시작부터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시도했다는 의혹 속에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이 진행되며, 국민 여론은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정서를 마지막 동력 삼아 보수 결집을 시도했지만, 이재명 후보의 조직력과 중도층 공략 전략에 밀려 결국 승기를 내줬다.
그러나 패배의 책임을 외부 변수에만 둘 수 없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내 전략 부재, 혼란한 리더십, 반복된 자충수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평가다.
■ 김문수→한덕수 교체 시도, 자책골로 귀결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돌발적인 결정을 내렸다. 김문수 대선 후보를 전격 교체하고 외부 인사인 한덕수 전 총리를 전략 공천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는 당원과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시도는 ‘자기 부정’으로 비춰지며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고, 혼란만 가중시킨 채 당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
■ 단일화 실패, 오히려 ‘불신 증폭’이후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단일화 논의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다. 일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흡수를 기대했으나, 협상은 오히려 “자신감 부족”으로 해석되며 역효과를 낳았다. 단일화 무산 이후 불거진 ‘정치적 거래설’은 당의 도덕성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 리더십 실종, 극심한 계파 갈등선거 패배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당내 극심한 분열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 불복 후 전격 탈당해 미국으로 출국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한 채 독자 유세를 이어가면서 ‘친윤 vs 친한’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통일된 메시지와 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 치른 대선은 결국 ‘집안싸움의 참패’로 귀결됐다.
■ ‘소수 야당’ 전락… 다시 비대위 체제로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확산되며, 당의 리더십 공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및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친윤계와 친한계 간 당권 다툼이 본격화되며 당내 균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심리적 분당 상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 “남은 건 쇄신뿐”… 그러나 방향은 미지수국민의힘이 현재 직면한 가장 절박한 과제는 쇄신이다. 총선과 지방선거라는 다음 정치 일정을 앞두고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지도부 공백, 극심한 계파 대립, 정책과 비전의 혼선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누가 쇄신을 이끌 것인지, 또 어떤 방향으로 쇄신이 이뤄져야 할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 정통 보수의 미래, 지금이 시험대정권 교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국민의힘은 정통 보수 정당으로서의 책임과 비전을 다시 정립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야당이 아닌 '구태의 상징'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
대선 패배의 후폭풍 속에서 국민의힘이 살아남기 위한 길은 하나다. 근본적인 자기반성과 실질적인 혁신. 지금이야말로 당 전체가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