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22일 도청 2층 언론소통룸에서 경기도 대변인 주관으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전력문제 해결 방안’ 관련 언론간담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일반산업단지의 전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실질적 대안을 공식 발표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일반산업단지(투자 규모 약 600조 원)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국가산업단지(투자 규모 360조 원)를 양축으로 조성되는 초대형 반도체 집적단지다. 전체 클러스터가 정상 가동되기 위해 필요한 전력 규모는 약 15GW에 달한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은 총 6G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된 전력은 3GW에 그쳐 절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전력 공급 지연을 이유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입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새만금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실적인 대안은 좀처럼 나오지 못했고, 송전선로 신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은 장기간 표류했다.
경기도가 이번에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용인과 이천을 잇는 **‘지방도 318호선’**이다. 총연장 27.02km에 달하는 이 도로를 신설·확장하면서, 도로 하부 공간에 대규모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다. 경기도가 도로 용지 확보와 상부 도로 포장 등 도로 공사를 맡고, 한국전력공사는 도로 하부에 송전설비를 지중화해 설치한다.
도로 건설과 전력망 설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사실상 첫 사례다. ‘길이 놓이면 전력도 함께 흐른다’는 개념으로, 산업 인프라 구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도 318호선 공사가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일반산단에 필요한 부족 전력 3GW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전력 인프라는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번 모델은 무엇보다 송전탑 설치에 따른 경관 훼손과 주민 반발이라는 기존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7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지휘 아래 경기도가 한전에 제안한 ‘신설도로 지중화’ 방식이 실무 협의를 거쳐 공식 채택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반도체·에너지 부서가 아닌 경기도 도로정책과가 중심이 돼 전력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도 행정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적 효과 역시 상당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로와 전력망을 각각 따로 시공할 경우보다 공사 기간은 약 5년 단축되고, 전체 사업비는 약 30%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가 단독으로 지방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예상 공사비는 약 5,568억 원이지만, 공동 건설 방식으로 토공사와 임시시설 설치 비용 등을 한전이 분담하면서 2,000억 원 이상의 재정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한전 역시 전력망 구축 기간 단축과 반도체 산업의 시급한 전력 수요 대응이라는 실질적 이점을 얻게 된다.
이날 오후 5시에는 도청 서희홀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도로-전력망 공동건설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김동연 지사는 협약식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오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 행정과 국가 전력망 전략이 결합하는 첫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도내 다른 산업단지와 도로 건설 사업으로 확대해 전국 최고 수준의 산업 인프라를 갖춘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산업단지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기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신설도로 지중화’ 모델이 다른 산업단지와 대규모 도로 사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입지 경쟁이 전력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이번 모델은 지자체와 공기업 협업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