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산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이전설’은 단순한 소문이나 지역 간 논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며, 동시에 수십 년간 국가 정책을 신뢰하고 희생을 감내해 온 용인 시민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용인은 우연히 반도체 중심지가 된 도시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든 결과다. 수도권 규제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용인은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대의를 위해 토지 규제, 환경 부담, 교통 혼잡, 생활 불편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 그 결과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지로 선정되었고, 이는 대한민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축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방 이전’이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약속을 뒤엎으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용인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수많은 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반도체 산업 발전이라는 국가 대의에 맞춰 설계했고,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 청년들은 미래를 믿고 투자하고 정착했다. 이 모든 신뢰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이전설이 단순한 산업 재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단일 공장 이전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력, 연구개발, 협력업체, 글로벌 네트워크가 집적된 생태계 산업이다. 이미 구축된 용인의 반도체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해체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방 균형 발전은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다. 그러나 균형 발전은 ‘있는 것을 빼앗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없는 곳에 새로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용인의 반도체를 흔들어 지방을 살리겠다는 발상은 지역 갈등만 키울 뿐, 그 어떤 지속 가능한 해법도 아니다.
지금 용인 시민들의 분노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이는 국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에 대한 절박한 외침이다. 국가가 한 번 약속한 대형 국책사업을 정치적 계산이나 여론에 따라 흔든다면, 어느 국민이 앞으로 정부 정책을 믿고 협조하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즉각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용인 반도체 이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 추진을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더 이상 불확실성으로 산업과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
용인은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약속된 미래, 이미 감내한 희생, 이미 함께 결정한 국가 전략을 지켜 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반도체는 용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 문제다. 그 중심축인 용인을 흔드는 순간,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이 분노는 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반도체는 용인이다. 미래 산업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